
런던 샤프츠버리 애비뉴의 번잡한 거리, 한 손에 핑크색 박스를 든 여성이 발걸음을 옮겨요. 그 박스는 단순한 포장재가 아니에요. 하나의 선언이자, 지금 이 도시에서 가장 ‘힙한’ 순간을 포착했다는 증표죠.
2017년, 토마스 앤더슨(Thomas Anderson)이 런던에 첫 매장을 연 이래로 ‘도넛 타임(Doughnut Time)’은 단순한 디저트 샵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답니다. 36만 7천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그 증거예요. 그들이 열광하는 것은 밀가루와 설탕의 조합이 아닌, 잘 짜인 내러티브와 공유하고 싶은 경험입니다.

✨도넛이 아닌 ‘예술 작품’
‘도넛 타임’의 쇼케이스는 마치 갤러리의 진열대와 같아요. 모든 제품은 “고급스럽고, 정교하며, 창의적이고 맛있는 예술 작품”으로 묘사되죠.
이곳의 메뉴판은 Z세대의 언어, 즉 팝 컬처로 가득해요. 영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판 플레이버 Love Actually를 예로 들어볼까요? 향긋한 얼그레이 티 글레이즈 위에 말린 라즈베리와 하트 모양 재미 다저스(Jammie Dodgers) 쿠키가 올라가 있어요. 영화의 로맨틱한 순간을 한입에 넣는 듯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죠.

🎬 당신의 취향을 담은 한 조각
래퍼 에미넴을 떠올리게 하는 Slim Shady는 바닐라 글레이즈 위를 알록달록한 M&M's 초콜릿으로 채웠고,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Legally Blonde는 카라멜 글레이즈와 고소한 마카다미아 블론디 조각으로 완성했어요.
심지어 비건 메뉴조차 위트를 잃지 않는답니다. 로투스 비스코프 스프레드가 가득 찬 도넛의 이름은 David Hasselhoff (VG). 이처럼 ‘도넛 타임’은 맛을 설명하는 대신, 모두가 아는 영화, 음악, 인물의 이미지를 소환해 도넛에 스토리를 입혀요. 소비자들은 단순히 도넛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유머 코드가 담긴 작은 아이콘을 구매하는 것이죠.

🌱 비거니즘, 타협이 아닌 완벽함의 다른 이름
'도넛 타임’의 성공 서사에서 비건 옵션을 빼놓을 수 없어요. 이곳의 비건 도넛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그 자체로 완벽한 미식적 쾌락을 선사하죠.
David Hasselhoff (VG)가 비건 카라멜 글레이즈와 초콜릿 드리즐, 로투스 비스코프 필링으로 완성된 것처럼, 오리지널 글레이즈에 바닐라 버터크림과 신선한 라즈베리를 올린 Ice Ice Bae Bae (VG) 역시 마찬가지예요. 소비자들은 “이게 비건 도넛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진짜 도넛만큼 맛있다”고 극찬한답니다.
이는 단순히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는 수준을 넘어,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최고의 맛과 질감을 구현해냈다는 의미예요.

💸 5파운드의 행복, 그리고 사라질지 모를 이름
물론 이 예술 작품의 가격은 만만치 않아요. 개당 약 5파운드, 6개 팩은 25파운드에 달하죠. 누군가는 “지나치게 달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특별한 날을 위한 사치”라고 정의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연다는 사실이에요. 그들은 5파운드로 도넛 하나가 아닌,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릴 완벽한 사진 한 장과 그날 하루의 특별한 기분을 구매하는 거랍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뜨거운 신드롬의 이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에요. 2024년 말, 독일 ‘도넛 타임’이 영국 브랜드 권한을 인수하면서 런던의 매장들은 로데오 도넛(Rodeo Doughnuts)이라는 새 이름으로 점차 리브랜딩되고 있어요. 우리가 열광했던 그 위트 넘치는 이름들이 언제까지 쇼케이스에 남아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이 달콤한 시대의 마지막 조각을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몰라요.
✨ 일상에서 실천하는 나만의 ‘도넛 타임’ 리추얼
런던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의 일상에 작은 특별함을 더할 수 있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즐기느냐에 있어요.
➊ 나만의 ‘아티장’을 찾아보세요
집 근처 혹은 회사 근처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철학이 담긴 디저트 샵을 찾아보는 건 어때요? 프랜차이즈가 아닌,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은 가게일수록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거예요.
➋ 이름에 담긴 스토리를 읽어보세요
메뉴를 고를 때 단순히 재료만 보지 말고, 이름에 담긴 의미나 스토리를 상상해보세요. ‘도넛 타임’처럼, 그 디저트가 당신에게 어떤 영화나 음악,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지 생각해보는 거죠.
➌ 온전히 경험을 소유해보세요
포장해와서 컴퓨터 앞에서 급하게 먹지 마세요. 가장 아끼는 접시에 디저트를 옮겨 담고, 어울리는 차나 커피를 준비해보세요. 스마트폰으로 가장 아름다운 각도를 찾아 사진을 찍는 행위도 이 리추얼의 소중한 일부가 될 수 있답니다.
➍ 경험을 공유해보세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끝내지 마세요. 친한 친구에게 “오늘 Love Actually 같은 디저트를 맛봤어”라고 메시지를 보내보세요. 당신의 작은 사치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달콤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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